예의범절.
줄여서 예절이라고 일컫는 관념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교문화에서부터 비롯된 예절은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 의의가 이해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시대적 배경'을 생각할 때라는 점이다.
오늘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대에 맞지 않는 예절에 관한 부분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거절로 대표되는 '돌려 말하기'에 관한 부분이다.
"괜찮아요"
"아니에요"
와 같은 말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괜찮지 않고
아니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아닌게 아닌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애둘러 말하며
본심을 말로써 직접 드러내지 않는 문화.
누군가가 무엇을 건네주면 일단 먼저 한사코 사양하며,
받는 사람이 사양하더라도 2~3번 정도는 다시 권유하는 이 문화.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이런 문화는 쓰레기 같은 문화이다.
고쳐야 하는 문화이다.
뿌리 뽑아야 하는 적폐이다.
옛 것이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존중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구석기 시대에 소중했던 주먹도끼도
철기시대가 되면 쓰레기가 되는 법이니까
다시 예절로 돌아가자
예절이란
사회구성원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를 위해 관념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이 많긴 하지만
오늘은 일단 예절의 목적에 초점을 두자
예절의 목적은 무엇인가?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가?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어야
현대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예절과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예절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예절은 결국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회의 단합과 화합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서 예절이 필요하고 그래서 예절은 중요하며, 이것이 예절교육을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내가 쓰레기라고 말한 '돌려 말하기' 는 과연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가?
단언컨대
아니다.
절대 아니다.
21세기는 급변의 시대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눈 감기가 무섭게 새로운 사건과 새로운 이슈와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연구와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애둘러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엿 먹이는 것이다.
발화자의 말을 청자가 듣고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의 배려이자 예의범절이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와중에 누군가 애둘러 표현한 문장을 듣고서 그 문장의 진의를 파악하는 일은
청자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고 곤욕이며 고문이다.
돌려 말하기로 점철된 문장을 내뱉고도 상대방이 본심을 헤아려주길 바라는 것은
똥을 건네주고 황금을 받고 싶어하는 격이다
사기꾼이나 가질 법한 마음가짐이다.
그냥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라.
그리고 상대방의 말 또한 직설적으로 이해하라.
그게 서로를 배려하는 길이다.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단번에 받으면 된다.
누군가 됐어요 괜찮아요 라고 말하면 더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그 사람은 된 것이고 괜찮은 것이다.
왜 두 번 세 번씩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나?
암호화폐를 매매하면서, 주식을 매매하면서
사겠다, 팔겠다 의사표현을 했는데
진짜 파실거에요? 진짜 사실거에요?
두 번 세 번씩 묻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나간 짓이다.
돌려 말하기는 일종의 암호화이다.
조선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상대방이 던지고 사라진 암호를 곱씹어보며 복호화할 시간이 충분했다.
어떤 점에서는 복호화의 비용보다도 그 편익이 더 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아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꾸만 배려라는 미명 아래 혹은 예절이라는 착각 속에서
상대방에게 암호(돌려 말하기)를 던져대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아니 잘못된 것을 넘어서서 못된 일이다.
아주 고얀 심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용기가 없어서 상대방에게 똥을 던져주는 아주 이기적인 태도다.
빙빙 돌려 말하지 말자
돌려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예절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고
개인들의 스트레스 원인이며
우리 모두를 위해 청산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자 적폐다.
다시 말한다.
절대
배려라고 착각하지 말라.
배려가 아니라 무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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