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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 새 벽

    그것은 새 벽이었다. 의심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것은 높디 높았고, 나는 그 끝과 두께를 가늠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반응이자 행동이자 선택이었고, 곧 예정된 결과였다. 벽을 보면서 재밌다고 느낀 점은 새 벽을 따라 뿌리내린 늙은 담쟁이들의 모습이다. 담쟁이덩쿨은 몇년생 식물이지? 내 눈에 저 덩쿨들은 나보다 오랜 기간 존재했던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담쟁이덩쿨에 관한 정보를 찾아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것도 나의 반응이자 행동이자 선택이었고, 곧 예정된 결과였다. 다만 추측건대, 저건 인류사와 함께 자라 온 덩쿨이 분명하다. 나는 이 점에 내 스스로를 걸 수 있다. 아니라면 날 가져요. 하지만 그건 모순이잖아? 그러니 날 가져요. ... 사..

    [운문] 지구는 처음부터 돌았으니까

    지구는 처음부터 돌았으니까 취죽 돈다 세상이 돈다 장단에 맞추어 함께 돌자! 함께 돌자, 세상은 멈추어 나만이 돈다 돈다

    [산문] 야한 꿈

    야한 꿈을 꿨다. 으레 야한 꿈이 그렇듯 그녀는 나를 유혹했고, 내면의 욕망은 쉽게 불타올랐다. 이유는 기억 나지 않는다. 같이 노래방을 가자던 그녀는 나와 단 둘이 있기를 원했고 우리는 사람들 무리에서 빠져나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 같이 노래방을 가자던 그녀는 내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응? 같이 노래방을 가자던 그녀의 볼에 한 번 더 입을 맞추었지만 뾰루퉁한 그녀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손을 내밀어 같이 노래방을 가자던 그녀의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린 뒤 이번엔 정말로 입을 맞추었다. 비로소 그녀는 만족해 했다. 나도 그녀도 선은 지켰다. 너무 깊지 않을, 적당한 유희의 선 같이 노래방을 가자던 그녀의 언니가 문 밖에서 우리를 발견한다. 어쩐 일인지 문은 살짝 열..

    [운문] 봄해

    봄해 취죽 가을 끝자락서 잡아도 잡아도 돌아서더니 어느새 내 삶을 비추는 반가움 불편스민다 겨울이 좋았다 되짚다 끝끝내 맺어진 순백의 눈물 나도 누군가에겐 너인 것을 어쩌면 너에게도 너인 것을...

    [운문] 우산

    우산 취죽 툭투둑 창문이 걱정한다 괜찮아 비 온다는 걸 알고 있었어 투툭툭 너는 더 소리친다 괜찮아 우산 없을 걸 알고 있었어 어제도 내일도 우산은 내게 이미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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