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법조계의 부패척결 (선후배 문화, 기수문화 혁파)주장에 대하여
이 주장은 사시로 인한 기수문화가 검사조직의 부패 및 여타 법조계의 부패로 이어졌다는 것으로서, 세월호 사태 이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행정고시 기수문화 병폐 (관피아)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주장이다.
허나, 사시폐지로 인해 이상에서의 부패척결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주장은 제 3종 오류에 지나지 않는바 이유없다.
먼저, 시간적 선후관계로서 사시를 시행하였고 연수원 기수문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며, 검사조직 및 법조계 부정부패 (이하 부패)에 기수문화가 일정부분 기여한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패가 과연 사시 기수문화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와 관련하여 그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분명치 않다.
가) 상당인과성판단기준에 대하여
기수문화와 부패의 상당인과성이 있으려면 기수문화가 사라질 경우 부패가 발생하지 않거나 현저히 줄어들어야할 것이다. 이때, 부패라는 것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사악한문제(wicked problem)여서 기수문화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전면적인 부패의 혁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수문화와 부패의 상당인과성을 입증하려면, 기수문화가 아니었다면 부패가 지금보다 현저히 줄었을 것인지 여부로서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기수문화가 부패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는지를 판단하자면, 사법시험이 아닌 다른 제도하에서도 부패가 발생하였을지, 발생한다면 얼마나 발생하였을지 가정적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바 이하에서 로스쿨 제도를 바탕으로하여 논한다.
나) 로스쿨제도와 부패완화에 대하여
로스쿨 지지자들은 전국 25개의 로스쿨에서 법조인이 양성되므로 기수문화로 인한 부패가 척결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일응 타당해 보일지 몰라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 보기 힘들기 때문에 로스쿨 도입에 따른 효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로스쿨 제도하에서는 과연 기수문화를 대체할 만한 학벌문화가 없을 것인지, 모교문화가 없을 것인지, 심지어 로스쿨 파벌에서 더 나아가 학부과정에까지 파급되지는 않을지 생각해보아야한다.
생각건대, 첫째, 이미 법조계 부패가 전관예우라는 미명아래 공연하게 자리잡은 이상 과연 로스쿨이라고 해서 바뀔지 의문이다. 이른바 경로의존성이 나타나 어떤식으로든 로스쿨의 취지는 왜곡 될 것이고 그 왜곡은 앞서 말한 학벌문화 내지는 모교문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 아래에서도 부정적 조직문화는 유지될 것이라 보이며, 이러한 사견은 경험칙에 기반한 것으로, IMF 이후 NPM적 행정개혁기조 아래 이루어진 수많은 제도도입의 실패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둘째,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내집단 외집단으로의 구분과 그로인한 인맥적 부패문제는 필연적이다. 다만 이처럼 필연적인 부패문제는 사실상 교육과 선진화된 윤리의식, 직업적 사명감 그리고 제도 등으로서 완화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지적되고 있는 인맥에 기한 부패문제를 본다. 애시당초 사법연수원의 기수문화란 그 유대감 및 내집단의식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법연수원이 부패의 원인인지 보려면 이러한 유대감이 과연 제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따져야한다. 생각건대, 기수에 따른 유대감을 부정할 수 없는 바 사법연수원이라는 제도가 유대감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드나, 이러한 영향보다도 당시 사회문화적 측면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한국의 국민정서가 '정문화' '집단문화'로 대변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말해 과거 그리고 현재의 법조계 부패문제는 굳이 사법연수원이 아니였어도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내지는 한국행정 자체의 특수성이 강한 문제라는 점을 짚고 싶다. 따라서 처음부터 로스쿨 제도로 운영되었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부패문제가 현저히 완화 되었을지에 대해 본인은 회의적이다.
다) 조직문화와 인사선발제도의 상관관계
마지막으로, 조직부패문제라 함은 조직내부문화와 관계된 것인바, 이러한 조직 내부 문화가 조직 외부로부터의 인사선발제도변화를 통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인지, 양자간에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한다. 생각건대, 조직내부문화의 원인을 조직인사선발제도에서 찾는 것은 이른바 잘못 정의된 문제의 문제로 제 3종오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할때, 사시폐지와 로스쿨제도로의 일원화를 통해 부패를 척결한다는 발상은 사법시험제도가 부패의 원인이며, 로스쿨제도는 부패의 원인을 제거 내지 현저히 해소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고, 이러한 가정이 타당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덧붙여 오히려 법조계의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인사선발제도를 변화시킬 것이 아니라 관리적 차원에서 조직내부문화 개선에 관한 제도를 논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안임을 지적한다. 즉 근본적인 조직내부문화의 개선이 없다면 그 어떤 인사선발제도로도 부패문제는 척결되기 힘들다. 따라서 사법시험폐지를 통해 법조계 부패 혁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3. 로스쿨 도입 주장의 논거에 대하여
0) 로스쿨 도입에 따른 국민의 법률비용부담 해소
초기 로스쿨 도입 논의에서 변호사 공급증대로 법률자문에 대한 국민의 비용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 반박하겠다.
1) 경제학적으로 볼때, 공급증대로 가격이 낮아지고 이로인해 소비자 효용이 늘어난다는 논리는 완전경쟁,완전정보를 가정했을때 비로소 성립한다. 이 점에서 생각건대, 현실의 시장은 불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점과 제한된 정보라는 점에서 과연 변호사 공급의 증대와 수임료의 하락이 소비자잉여의 증대로 연결되었는지 회의적이다. 사견으로는 오히려 늘어난 변호사공급이 국민의 효용을 저해시켰다고 볼 가능성이 있는바 이에 대해 자세히 논하겠다.
2) 현실경제에서 정보는 제한적이어서 정보비대칭성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현실의 소비자는 역선택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공급자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을 내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때, 늘어난 변호사 공급은 정보비대칭성을 심화시켜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심화될 여지가 있고, 국민은 이런 역선택을 방지하고 도덕적 해이의 위험을 줄이고자 정보탐색비용 내지는 감시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하거나, 역선택의 위험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화폐단위로서의 비용(명시적 비용)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사회적비용이나 여타 암묵적 비용은 증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 단순히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서 현재 불성실한 변호사들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로스쿨 도입이 10년도 안된 지금, 벌써부터 과당경쟁과 과다공급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가 공급된다면, 당국입장에서 불성실한 변호사를 관리하기도 힘들뿐더러,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저해될 위험도 있는 등, 단순히 공급의 증대가 무조건적인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지리라고 보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다시말해, 변호사가 본디 소송대리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주인대리인 문제가 필연적인 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변호사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변호사의 공급 증가로 인해 개인 변호사의 가격설정능력은 낮아지는바 사실상 시장의 평균적인 가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므로 변호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가격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 즉, 최선을 다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유인불일치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는 법률공방에서의 도덕적해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판결의 효력으로서 기판력이 존재하는 바, 국민은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더이상 다투지 못하므로 법률서비스의 품질 저해라는 문제점은 헌법상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볼때, 단순히 상품가치로서의 품질 저해라는 용어만으로는 제단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중대사안이다.
3) 따라서 늘어난 공급과 낮아진 가격은 결국 법률서비스품질 저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우리 국민의 낮은 권리의식에 비추어 본다면, 승소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항변도 하지 못한 채 패소하는 상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과 그에 따른 직 간접적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내지는 갈등과 불신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률서비스의 공급 증대와 보편화로 인한 가격인하가 실제로 나타나는지는 불문으로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환영받을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한다.
4. 결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대 로스쿨학생회라는 집단과 일부 교수들의 대응방식은 매우 조악하고 부적절함을 주장한다.
둘째, 사시폐지의 논거 중 대표적인 두가지로서 (1) 고시낭인의 감소로 인한 사회적 인적자원누수의 방지와 (2) 연수원 기수문화로 인한 법조계 부패 방지를 살펴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1) 고시준비생이라하여 취업준비생과 다르게 취급하고 이들을 사회적 인적자원누수로 보는 것 자체가 부당한 가정이라는 점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고시낭인의 존재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기 힘들고, 가사 사회악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존재가 개인의 효용함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사법고시 제도 폐지와는 무관한바, 이에 대한 사회적 숙고없이 곧바로 사법고시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인과의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유없다.
(2) 또한, 연수원 기수문화와 법조계 부패문제는 시간적 선후는 명백하나 상호간의 상당인과성이 인정되기 힘들고, 오히려 법조계 부패문제는 제도적 측면보다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롯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점과 더불어 관리적 차원의 조직내부문제를 정책적 측면의 인사선발제도로서 해결하려는 발상은 제 3종 오류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한다.
셋째, 로스쿨 정당성 논거 중 대표적인 것으로 늘어난 법조인 공급과 낮아진 가격이 국민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그 타당성을 살펴본바, (1) 현실 경제는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여 공급의 증대는 국민의 정보탐색비용과 감시비용을 늘릴 우려가 있으므로 경제적 비용측면에서 과연 실질적으로 비용이 절감되었는지 의문이다. (2)또한 낮아진 가격은 유인불일치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전반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거듭 강조하건대, 이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권리구제를 되려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변호사의 도덕적해이를 완화시킬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법률서비스 가격인하가 무조건적인 양화(good)로 계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숙고해야 함을 밝힌다.
끝으로 본문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하였으나, 대륙법계인 우리나라 실정에 로스쿨 제도가 맞는지, 다른 외국 사례에 비추어 볼때 로스쿨도입을 정당화 할만한 합리적인 한국적 특수성이 있는지, 로스쿨 제도의 보완가능성만큼이나 사법고시 제도의 보완가능성은 없는지 등등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함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부터 다시 로스쿨제도와 사법고시 제도를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함이 필요하다. 해서 향후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상의 논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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