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컴퓨터 견적이나 노트북 추천을 부탁해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램은 최소 32GB로 맞춰라..
게이밍 머신으로 데스크탑을 맞추는 용도가 아니면, 램 16GB는 정말 정말 뜯어 말리고 싶다.
게다가 게이밍으로 맞추는 경우에도 굳이 16GB로 타협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지 16GB가 넉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게임을 할 때는 다른 프로그램을 멀티태스킹 하는 일이 '적다'. (없다고는 안했다) 따라서 멀티태스킹 성능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견적 최적화의 결과, 램 용량을 낮추더라도 램 효율을 극대화하는 세팅이 일반적이게 자리 잡게 된 것뿐이다. 게임 프레임성능을 뽑아내면서 동시에 멀티태스킹 성능까지 확보하려면 금전적 부담이 확 뛰기 때문.
조금 더 부연 하자면, 게이밍 머신의 경우, 그래픽 성능을 위하여 램 타이밍을 쪼아서 램 클럭을 극한으로까지 끌어올려서 사용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램 오버클럭.
따라서 발열 등 안정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풀뱅(4슬롯 모두 램을 장착하는 경우)을 하지 못하고 2슬롯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램을 2슬롯으로 구성하여 32GB를 맞추려면 16GB짜리 램을 두 장 써야하지만, 16GB를 맞추려면 8GB짜리 램을 두 장 쓰게 된다. 이는 가격적 측면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다준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밍에 초점을 두고 견적 최적화를 하게 되면 '램 16GB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즉, 저기서의 '충분하다'는 게이밍이라는 용도하에서 게임 하나를 짱짱한 프레임으로 뽑아내기에는 16GB면 뭐 충분하지~ 정도의 뜻일 뿐이다.
견적 최적화의 결과, 만족-타협점이 16GB이다. 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니까 '커뮤니티 가보면 램 16GB면 충분하다는데요?' 라는 식의 반론은 정중히 사양한다. 심지어 '지금 쓰고 있는 게이밍 컴퓨터도 램 16GB로 잘만 쓰고 있는데 뭘..' 하는 분도 계시던데... 정말 잘못된 인식이다. 물론 게임 아니면 유투브나 뉴스 기사만 보실 분이라면 뭐... 충분하시겠네요..
게다가 나는 RAM 덕후라서 개인적으로는 휴대폰이나 태블릿도 램 16GB 수준의 스펙을 원하는 편이다. 그러니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는 '노트북 램 16GB? 응 아니야~ 너나 실컷 써~' 수준
사실 이 글은 DDR5 16GB로 구성된 삼성 노트북을 쓰다가 빡쳐서 쓰는 글이다. 살면서 램을 90% 이상 사용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제할 겸 글을 쓴다. 삼성 사랑해요
링크를 눌러도 크롬이 무한 스피너를 띄우며 먹통이 되길래 뭐지? 긁적긁적 거리다가 설마하며 작업 관리자를 켜보았더니 마주할 수 있었다.
데스크탑의 경우 램을 내 기준에서는 꽤 넉넉하게 잡아두었고(64GB), 이전에 쓰던 노트북은 2세대 샌디브릿지 i7 이었으니.. 두 환경 모두, 램이 허덕일 정도의 프로그램을 구동시키질 못했었기에 램을 90%이상 쓰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점에서 이 노트북 성능이 좋다고 해야하나....이 지경까지 버텨내는 기술력!
그러는 나는 왜 램 16GB를 쓰고 있냐하면 약간 사정이 복잡하다... 하하
인생이 뜻대로만 된다면 재미 없지 않을까? 램 16GB를 쓰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글도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노트북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시점에서 개발자용 노트북 구매를 생각 중이라면 16GB는 약간의 각오를 하고 구매하길 당부한다.
그 이유는 바로 가상머신 기술 때문이다.
윈도우 환경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WSL을 사용하게 된다. 이 WSL이 가상머신이다.
또, 요즘 다들 쓰고 있는 사실상 개발 필수 툴이 되어버린 Docker 같은 녀석도 가상머신이다.
근데 가상머신은 RAM을 정말 많이 잡아먹는다. 게다가 최근 브라우저들은 심심하면 램을 1GB씩 잡아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WSL에서 VS Code 하나 돌리면서 크롬 몇 개 띄워서 이것 저것 검색해보면 이미 램은 60~80% 찍히고 있다. 거기에 게임이라던가 다른 프로그램을 하나 얹어주면 램 90% 달성, 참 쉽죠?
게임이 원인 아니냐 싶을 수도 있지만, 아니다. 저기 나와 있듯, 게임이 차지하는 메모리는 1.6GB밖에 안된다.
보시다시피 게임을 꺼도 여전히 메모리는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머신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개발자라면, 사양을 찾아볼 때 램을 좀 더 신경써서 고려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특히나 개발자 노트북으로 대부분이 선호하는 경량 노트북의 경우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들다보니 온보드 형식의 램이 많은데, 이 경우 램의 증설이 불가능하다. 한 번 결정된 램 용량은 노트북을 버릴 때까지 평생 따라다니므로 되도록이면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램 사양을 넉넉하게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만약 개발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학생이거나, 컴공과에 이제 막 입학하는 신입생이라면 저 밑줄 부분의 해석이 중요하다.
가상머신 기술을 활용하는 개발자가 따로 있고, 가상머신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개발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냥 모든 개발자는 가상머신 기술을 활용한다고 이해해도 좋을 정도.
사실상 웹개발이든 앱개발이든 임베디드 개발이든 AI든, 그냥 코드를 다루는 직업이라면 가상머신 기술을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나는 가상머신 기술도 잘 모르고, 저런거 안 쓸 것 같아! 하면 곤란하다.
근데 사실 RAM 16GB가 부족한데에는 여기서 차마 다루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Vmmem의 무지막지한 램 점유에는 한 가지 이슈가 있다는 점!
그 해결 방법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추신 : 다만, 맥북은 얘기가 좀 다르다. 같은 16GB라도 맥북과 윈도우 기반 노트북은 개발환경에서의 RAM 사용량이 다르다. 애초에 맥OS에서는 리눅스 기반의 프로그램들을 가상환경의 도움 없이 구동가능하기 때문에 16GB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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