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과 동거인의 지인 한 분과 함께 셋이서 자갈치 시장을 갔다.
들어가니 역시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과 마주했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다보니 늘어나는 건 뱃살과 넉살 뿐.
일행이 있다는 둥, 30분 약속인데 일찍 도착해서 우리끼리 둘러보고 있다는 둥 거짓말을 하며 요리조리 어그로를 빼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그나마 싱싱하고 상태가 좋아보이는 전어가 있는 곳을 찾는 것. 입으로는 헛소리를 지껄이면서도 두 눈은 AESA 레이더 마냥 날카로웠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본 뒤 후보지를 2곳으로 좁혔고,
우리의 최종 선택은, 오늘 방어 예약손님이 있어서 10kg짜리 방어를 잡아놓은 상태라는 상회.
아직 완전한 제철이 아님을 감안할때 10kg 방어면 꽤 큰 편이며, 친구의 말로는 서울 기준 9kg만 넘어도 대방어로 쳐준다고들 하니 서울식으로는 대방어라는 우덜식 합리화까지 완료.
방어가 약간 말라보이긴 했지만, 위에 썼듯 완전한 제철이 되려면 사실 1달에서 1달 반은 더 있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친구말로는 오히려 담백한 이 시즌의 방어만의 매력이 있다고 호평했을 정도
전어구이도 먹고싶다고 했더니 만원어치 전어를 따로 빼주셨다. 그래서 3명이서 총 9만원. 인당 3만원 컷.
요건 젤 첨에 서비스로 나온 낙지
이거는 굵은 입자라길래 기대했는데 짰더니 물처럼 나와서 실망했는데 한 입 먹어보고는 그 강력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초강력 와사비.
이제보니 냉장보관 적혀있는걸 보면, 이렇게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보니 물이 좀 생긴 듯도 하다. 세계식품품평회 4관왕이라는데 제대로 보관된 상태의 제품맛이 궁금하긴 함. 왜냐면, 아주 강력하긴 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
위에서 명함을 굳이 올린건, 여기서 서비스를 많이 받아서이다. 내 생각으로는 거의 직원 식사메뉴를 내주신게 아닌가 싶긴한데...
어쨌거나 자발적 홍보 + 내 기억 아카이빙 용도가 주 목적이다.
다음에 자갈치에 또 회를 먹으러 간다면 재방문하겠다는 사람이 3명 중 3명으로 만장일치였으니 뭐 말 다 했지.
친구 : 어머님, 가난한 대학생이 배고픈어쩌고저쩌고~
위와 같은 친구의 스킬에 서빙해주시는 어머님께서 바로 캐치하시고는 쿨하게 한마디 날리셨다. 사실 정확히는 대학원생 2, 대학생 1인데 뭐 패스하자고 그건
어머님 : 내 두 번 말 안해도 알아듣거든, 먼 말인지 알았으니까어쩌고저쩌고
이 당시만해도 친구가 추가요청을 한 것은 조미된 찰진 밥(주먹밥이라고 지칭하셨다)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주먹밥 선에서 서비스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지 잠깐만, 주먹밥이 아주 매력적이었으니 다음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짚고 넘어가자.
이제보니 주먹밥 사진을 한 장도 안찍어놔서 말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한데, 이 녀석의 정체는 초밥의 샤리만한 크기로 손으로 뭉쳐놓은 밥이다. 다만 맨 밥은 아니고 약간의 조미를 해서 맛이 살짝 베여있는?
하지만 무시하지말라! 단언컨대 보배상회에서 꼭 먹어야할 메뉴가 바로 주먹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설프게 샤리 흉내를 낸 밥이 아니라 아예 다른 컨셉으로서, 찰지게 지은 밥이라는 점이 매우 좋았다. 비록 샤리처럼 처음부터 회와 밥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주진 못하지만, 찰진 밥은 저작작용을 하면 할수록 회와 밥이 잘 섞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 씹으면서 약간만 회와 밥을 섞어주면 아주 조화롭게 잘 융합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주 좋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주먹밥을 리필받은 후(심지어 처음 받은 주먹밥 보다 더 많이 주셨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미역국도 주시고, 조림도 내어주셨다..
미역국도 당연히 횟감을 넣고 푹 끓인거라 은은하게 나는 어향이 매력적이었고 쇠고기 미역국과는 또 다른 맛이나서 좋았다.
조림은 방어 대가리로 추정되는 거대한 녀석과 도다리로 추정되는 녀석이 나왔는데 같이 간 일행분께서는 메뉴를 하나 내어주셨다며 놀라워하셨다.
어쨌거나 너무 맛있었던 하루.
생선의 지방맛은 육고기의 지방과 달리 은은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지배해서 기분이 좋다.
다만,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음식을 잘 못하면 비린내가 입안을 덮어버린다는게 단점인데, 오늘 식사는 비린내로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너무 좋았다.
보배상회. 메모.
그리고 어머님께서 성함도 말씀해주셨는데 추측만 무성하다.
현재로서는 제 1설로 배정 이모설, 제 2설로 개정 이모설 제 3설로 계정 이모설이 대립 중이며 판례는 부재하다. 생각건대 ?ㅐ정으로 발음을 얼버무리면 통하리라 본다..
어쨌거나 ?ㅐ정 이모님도 메모.
이걸 이제서야 뜯어보았다.....
집에 원두 적체 현상이 생겨서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려고 했으나 둘이서는 한계있는 양...
아직도 한 트럭 남은 기분이다. 숙제 해결하는 느낌
어쨌거나 오늘은
물 : 95도 / 오리온 제주 용암수
원두 : Guatemala Agua Tibia Geisha / 20g / PHAT 18틱
뜸 : 60g / 40초
1푸어 : 50g / 30초
2푸어 : 50g / 30초
3푸어 : 100g / 60초
로 내려보았다.
아직 포스팅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플릭온 커피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다보니 저런 레시피가 나왔다.
맛은 아직 잘 모르겠다.
레시피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는 이 추출방법을 적용한건 이 원두가 처음인데, 이 원두도 방금 막 뜯어본 녀석인지라 비교대상도 없고 평가의 척도가 될 기준점이 없다. 따라서 이 추출법이 포텐을 제대로 뽑아냈는지는 아직 판단불가.
커핑노트는 다음과 같다.
음... 전반적으로 가볍고 산뜻한 쪽 노트에서 끝맛으로 떨어지면서 바디감과 단맛이 살짝 가미되는 스펙트럼으로 판단되는데 얼추 그 비슷한 맛이 나긴 한다.
그리고 3푸어때 100g을 부은건 즉흥적 결정(?)으로 요즘 부드러운 커피가 땡기길래... 물을 2배로 부었다... 나중에 가수 할 바에야 지금 붓자 싶어서 ㅋㅋ
어쨌거나 정확한건
내일 파나마 게샤에 테스트해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 레시피를 왜 저렇게 바꿔보았는지는 플릭온 포스팅을 하면서 남겨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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