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삼성 갤럭시 탭 S8 사전예약이 시작되었다.
현재 갤럭시 탭 S3 LTE 모델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태블릿의 성능저하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일단 울트라 모델을 사전예약 하긴 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사전예약 주문을 취소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차라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겠다. (태블릿으로서의 정체성 상실)
14.6인치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으나, 내 기준에서 이는 너무 큰 화면이다.
자고로 태블릿이 태블릿다우려면, 어느정도의 휴대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4.6인치 화면은 백팩 혹은 그에 준하는 크기의 가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성격상 그리고 그간 갤럭시 탭 S3를 써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나는 태블릿을 휴대폰으로는 아쉽고, 그렇다고 노트북을 들고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에서 주로 사용해왔다.
가볍게 밖에 나갈 일이 있거나, 당일치기로 어디 여행을 갈 때라거나.. 심지어는 데이트를 할 때도 혹시 모르니 가벼운 마음으로 챙겨들곤 했던 것이 태블릿이다.
이런 경우 슬링백에 지갑과 휴대폰, 태블릿 그리고 보조배터리와 충전기만 딱 넣고 집 밖을 나서곤 했다.
하지만 갤럭시 S8 울트라는 14.6인치라는 크기 때문에, 사실상 크로스백 수준의 슬링백(슬링백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혹은 백팩 등이 강제된다.
그리고 이런 크기는 가볍게 챙겨들고 나서기에는 확실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노트북을 챙겨들고 나가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그냥 노트북을 새로 사는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터치되는 노트북? 서피스 프로도 있고 갤럭시 북도 있고....
태블릿의 정체성(휴대성)은 플러스 모델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태블릿의 주된 용도가 eBook을 보거나 손필기를 하는게 전부이다.
아마도 태블릿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로 영상을 감상하거나, 모바일 게임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eBook을 읽거나 손필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가끔 키보드 커버를 이용하여 타이핑을 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나에게 넓은 화면과 높은 주사율(120Hz)는 아직까지 필요한 사양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3. M1칩에 비빌 수도 없는 성능...(아쉬운 하드웨어 사양)
사실 취소를 한 가장 큰 이유이다.
태블릿의 주된 용도는 사실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문제이므로 S8 울트라를 산 이후부터 영상도 보고 게임도 하면 될 일이라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드웨어 사양은 너무 크리티컬했다.
비교 대상은 역시나 아이패드...
애플 제품을 살면서 단 하나도 구매하지 않은, 그리고 삼성의 가전제품으로 도배가 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어쩌다보니 한 평생 휴대폰은 전부 삼성 폰만 써봤고 노트북도 삼성 노트북을 쓰고 모니터도 삼성 모니터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0~160만원(사전예약 할인가격) 주고 갤럭시 탭 S8 울트라를 살 바에야 차라리 아이패드 프로를 사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당연히 이는 M1칩의 강력한 성능 때문.
혹자는 갤럭시 탭 S8 정도만 되어도 그 성능을 제대로 뽑아내면서 쓰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글쎄...
제품을 한 번 사면 사골 우려먹듯 오래도록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향후 5~10년을 바라보고 구매를 하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실사용에서 성능을 제대로 뽑아낼 수 있고 없고의 문제는 해당 디바이스의 아쉬운 성능 수준을 옹호하는 논리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훨씬 좋은 성능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조금 더 싼 가격에 훨씬 뒤떨어진 성능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말그대로 가성비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성비 안좋은 제품을 사고 싶지는 않다.
여담이지만, 사실 M1칩의 등장을 나는 매우 반겼고 애플을 매우 칭찬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좀 특이하다.
애플이 좋아서가 아니라, 삼성이 M1에 걸맞는 무엇인가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M1을 반겼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M1칩의 등장을 보면서도 아이패드를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갤럭시 탭 S8 울트라를 디스하고 있는 지금도 아이패드 구매계획은 전혀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에게 아이패드는 일말의 고려 가치도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애플의 폐쇄정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며, 내가 지닌 디바이스간의 호환성을 생각할 때, 그리고 윈도우 환경과의 호환을 생각할 때 나에게 애플 제품은 살 가치가 없다.
그렇다. 일종의 전환 비용이 너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을 칭찬하고 M1칩의 등장을 반긴 이유는 바로 삼성이라는 대항마 때문이었다.
애플이 M1칩으로 디바이스의 성능을 극대화 시킨 제품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삼성은 이를 캐치업하고 하드웨어적 부분에서만큼이라도 아이패드를 앞서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갤럭시 탭 S8은 그 대항마적 성능을 보여주는가?
내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나는 갤럭시 탭 S8이 M1칩 등장 이전에 짜여져 있던 로드맵을 따라 나온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삼성은 M1에 대항하기 위해 AMD와 협업하여 엑시노스 칩을 개발 중이다.
그리고 엑시노스2200은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공개된 칩이므로 이번 모델부터 이 칩이 들어갈 것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도 반도체 수급사정과 수율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현재 출시된 갤럭시 탭 S8은 M1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는 성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갤럭시 탭 S9이나 S10을 기다리기로 결정하였다. (삼성의 경쟁자는 삼성)
참고로 아래는 갤럭시 탭 S8에 들어간 스냅드래곤 8 1세대 칩과 아이패드 에어에 들어간 A14, 아이패드 미니에 들어간 A15의 성능 비교이다. 갤럭시 탭 S8은 M1은 커녕 A15에도 못 미치는 성능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4. 하위 라인업의 애매한 성능
울트라를 사전예약 취소하면서 사실 갤럭시 탭 S8+ 와 S8 기본형을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8GB 혹은 12GB의 램 수치는 너무 아쉽다.
현재의 기술적 흐름을 볼 때, 향후 3년이내에 기본적으로 16GB의 램이 요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8GB는 전혀 살 생각이 없고, 12GB도 여전히 아쉽다. 애초에 화면이 크다는걸 알면서도 울트라를 사전예약 했던 이유가 16GB라는 점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갤럭시 탭 S8+와 S8 기본형도 결국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5. 삼성 갤럭시 탭 S9 혹은 S10을 기다리며...
M1의 대항마를 내놓기엔 시간적 여유가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여러모로 이번 갤럭시 탭 S8 라인업은 구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성능 정체성 가격.. 그 무엇하나 매력적인 것이 없다.
심지어 PD 45W 충전기도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하는 파격(?)은 어디에서 비롯된 자신감인지...
애플의 M1칩을 뛰어넘는, 하드웨어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되찾아갈 삼성 태블릿 차기작의 출시를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삼성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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