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2 전어와 방어. 그리고 과테말라 게이샤
동거인과 동거인의 지인 한 분과 함께 셋이서 자갈치 시장을 갔다.
들어가니 역시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과 마주했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다보니 늘어나는 건 뱃살과 넉살 뿐.
일행이 있다는 둥, 30분 약속인데 일찍 도착해서 우리끼리 둘러보고 있다는 둥 거짓말을 하며 요리조리 어그로를 빼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그나마 싱싱하고 상태가 좋아보이는 전어가 있는 곳을 찾는 것. 입으로는 헛소리를 지껄이면서도 두 눈은 AESA 레이더 마냥 날카로웠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본 뒤 후보지를 2곳으로 좁혔고,
우리의 최종 선택은, 오늘 방어 예약손님이 있어서 10kg짜리 방어를 잡아놓은 상태라는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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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전한 제철이 아님을 감안할때 10kg 방어면 꽤 큰 편이며, 친구의 말로는 서울 기준 9kg만 넘어도 대방어로 쳐준다고들 하니 서울식으로는 대방어라는 우덜식 합리화까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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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약간 말라보이긴 했지만, 위에 썼듯 완전한 제철이 되려면 사실 1달에서 1달 반은 더 있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친구말로는 오히려 담백한 이 시즌의 방어만의 매력이 있다고 호평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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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구이도 먹고싶다고 했더니 만원어치 전어를 따로 빼주셨다. 그래서 3명이서 총 9만원. 인당 3만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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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젤 첨에 서비스로 나온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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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굵은 입자라길래 기대했는데 짰더니 물처럼 나와서 실망했는데 한 입 먹어보고는 그 강력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초강력 와사비.
이제보니 냉장보관 적혀있는걸 보면, 이렇게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보니 물이 좀 생긴 듯도 하다. 세계식품품평회 4관왕이라는데 제대로 보관된 상태의 제품맛이 궁금하긴 함. 왜냐면, 아주 강력하긴 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
위에서 명함을 굳이 올린건, 여기서 서비스를 많이 받아서이다. 내 생각으로는 거의 직원 식사메뉴를 내주신게 아닌가 싶긴한데...
어쨌거나 자발적 홍보 + 내 기억 아카이빙 용도가 주 목적이다.
다음에 자갈치에 또 회를 먹으러 간다면 재방문하겠다는 사람이 3명 중 3명으로 만장일치였으니 뭐 말 다 했지.
친구 : 어머님, 가난한 대학생이 배고픈어쩌고저쩌고~
위와 같은 친구의 스킬에 서빙해주시는 어머님께서 바로 캐치하시고는 쿨하게 한마디 날리셨다. 사실 정확히는 대학원생 2, 대학생 1인데 뭐 패스하자고 그건
어머님 : 내 두 번 말 안해도 알아듣거든, 먼 말인지 알았으니까어쩌고저쩌고
이 당시만해도 친구가 추가요청을 한 것은 조미된 찰진 밥(주먹밥이라고 지칭하셨다)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주먹밥 선에서 서비스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지 잠깐만, 주먹밥이 아주 매력적이었으니 다음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짚고 넘어가자.
이제보니 주먹밥 사진을 한 장도 안찍어놔서 말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한데, 이 녀석의 정체는 초밥의 샤리만한 크기로 손으로 뭉쳐놓은 밥이다. 다만 맨 밥은 아니고 약간의 조미를 해서 맛이 살짝 베여있는?
하지만 무시하지말라! 단언컨대 보배상회에서 꼭 먹어야할 메뉴가 바로 주먹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설프게 샤리 흉내를 낸 밥이 아니라 아예 다른 컨셉으로서, 찰지게 지은 밥이라는 점이 매우 좋았다. 비록 샤리처럼 처음부터 회와 밥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주진 못하지만, 찰진 밥은 저작작용을 하면 할수록 회와 밥이 잘 섞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 씹으면서 약간만 회와 밥을 섞어주면 아주 조화롭게 잘 융합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주 좋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주먹밥을 리필받은 후(심지어 처음 받은 주먹밥 보다 더 많이 주셨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미역국도 주시고, 조림도 내어주셨다..
미역국도 당연히 횟감을 넣고 푹 끓인거라 은은하게 나는 어향이 매력적이었고 쇠고기 미역국과는 또 다른 맛이나서 좋았다.
조림은 방어 대가리로 추정되는 거대한 녀석과 도다리로 추정되는 녀석이 나왔는데 같이 간 일행분께서는 메뉴를 하나 내어주셨다며 놀라워하셨다.
어쨌거나 너무 맛있었던 하루.
생선의 지방맛은 육고기의 지방과 달리 은은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지배해서 기분이 좋다.
다만,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음식을 잘 못하면 비린내가 입안을 덮어버린다는게 단점인데, 오늘 식사는 비린내로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너무 좋았다.
보배상회. 메모.
그리고 어머님께서 성함도 말씀해주셨는데 추측만 무성하다.
현재로서는 제 1설로 배정 이모설, 제 2설로 개정 이모설 제 3설로 계정 이모설이 대립 중이며 판례는 부재하다. 생각건대 ?ㅐ정으로 발음을 얼버무리면 통하리라 본다..
어쨌거나 ?ㅐ정 이모님도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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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제서야 뜯어보았다.....
집에 원두 적체 현상이 생겨서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려고 했으나 둘이서는 한계있는 양...
아직도 한 트럭 남은 기분이다. 숙제 해결하는 느낌
어쨌거나 오늘은
물 : 95도 / 오리온 제주 용암수
원두 : Guatemala Agua Tibia Geisha / 20g / PHAT 18틱
뜸 : 60g / 40초
1푸어 : 50g / 30초
2푸어 : 50g / 30초
3푸어 : 100g / 60초
로 내려보았다.
아직 포스팅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플릭온 커피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다보니 저런 레시피가 나왔다.
맛은 아직 잘 모르겠다.
레시피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는 이 추출방법을 적용한건 이 원두가 처음인데, 이 원두도 방금 막 뜯어본 녀석인지라 비교대상도 없고 평가의 척도가 될 기준점이 없다. 따라서 이 추출법이 포텐을 제대로 뽑아냈는지는 아직 판단불가.
커핑노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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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반적으로 가볍고 산뜻한 쪽 노트에서 끝맛으로 떨어지면서 바디감과 단맛이 살짝 가미되는 스펙트럼으로 판단되는데 얼추 그 비슷한 맛이 나긴 한다.
그리고 3푸어때 100g을 부은건 즉흥적 결정(?)으로 요즘 부드러운 커피가 땡기길래... 물을 2배로 부었다... 나중에 가수 할 바에야 지금 붓자 싶어서 ㅋㅋ
어쨌거나 정확한건
내일 파나마 게샤에 테스트해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 레시피를 왜 저렇게 바꿔보았는지는 플릭온 포스팅을 하면서 남겨보겠다.
끝.